"좀 쉬면 낫겠지"
처음엔 그냥 좀 쉬면 낫겠거니 했어요.
50대 초반의 남성 환자분이 진료실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사무직으로 일하시는 분이었는데, 6개월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가끔 찌릿하는 정도였어요. 컴퓨터 많이 써서 그런가 보다 했죠. 파스 붙이고, 주말에 푹 쉬면 좀 나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바쁜 업무에 치여 병원 갈 시간도 없었고, '이 정도는 쉬면 낫겠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석 달 지나니까 밤에 아파서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그래도 참았어요. 바빴거든요.
그렇게 6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팔을 들어올리는 것조차 힘들어졌습니다. 옷을 입을 때, 머리를 감을 때, 운전할 때 핸들을 돌릴 때. 일상의 모든 동작에서 통증이 따라왔습니다.
이제는 진짜 안 되겠다 싶어서 왔어요. 근데 선생님, 혹시 많이 심각한 건가요?
MRI 검사 결과, 회전근개 극상근의 전층파열이 확인되었습니다.
게다가 힘줄이 안쪽으로 상당히 퇴축되어 있었고, 근육의 지방변성도 시작된 상태였습니다.
6개월 전, 처음 통증이 시작되었을 때는 아마 부분파열이었을 것입니다. 그때 치료를 받았다면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쉬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6개월을 방치한 사이, 부분파열은 전층파열로 진행되었고, 힘줄은 퇴축되었으며, 근육은 지방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어깨 질환은 쉬면 낫지 않습니다
감기처럼 푹 쉬면 저절로 낫는 병이 있습니다. 가벼운 근육통도 며칠 쉬면 좋아집니다.
그러나 어깨 질환은 다릅니다.
어깨의 힘줄(회전근개)은 한번 손상되면 저절로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힘줄은 혈류 공급이 적은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회전근개의 부착 부위는 '임계 구역(critical zone)'이라 불릴 정도로 혈액 순환이 취약하여, 자연 치유력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방치하면 점점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 ✓부분파열 → 시간이 지나면 → 전층파열로 진행
- ✓소형 파열 → 방치하면 → 대형/광범위 파열로 확대
- ✓힘줄 손상 → 오래되면 → 근위축, 지방변성 동반
처음에는 비수술적 치료만으로 충분했던 상태가, 시간이 지나면서 수술이 불가피한 상태로 악화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닙니다. 논문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PMC에 발표된 연구(2022)에 따르면, 보존적 치료(적극적 치료 없이 경과 관찰)를 받은 회전근개 파열 환자들을 평균 3.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 ✓전층파열의 74%가 크기가 더 커졌습니다
- ✓부분파열의 42%가 크기가 더 커졌습니다
- ✓부분파열의 29%가 전층파열로 진행되었습니다
즉, 10명 중 3명의 부분파열 환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층파열로 악화된 것입니다.⁴
또한 PubMed에 발표된 연구(2016)에서는 6~100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 ✓증상이 있는 전층파열의 82.4%가 크기가 증가
- ✓증상이 있는 부분파열의 26.1%가 크기가 증가⁵
쉬면 낫겠지"가 아닙니다. 방치하면 악화됩니다.
불씨일 때 끄지 않으면
불이 났을 때를 생각해보십시오.
처음에는 작은 불씨입니다. 이때 물 한 컵이면 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괜찮겠지, 저절로 꺼지겠지"라고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요?
불씨는 점점 커지고, 주변으로 번지고, 나중에는 소방차를 불러도 잡기 어려운 대형 화재가 됩니다.
어깨 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 ✓불씨 단계 (초기): 가벼운 통증, 부분파열 → 주사치료, 재활운동으로 해결 가능
- ✓작은 불 단계 (중기): 지속적 통증, 기능 저하 → 축소봉합술, 인대재생주사 등 적극적 비수술 치료 필요
- ✓대형 화재 단계 (말기): 전층파열, 근위축, 지방변성 → 수술적 치료 불가피
불씨일 때 끄는 것이 가장 쉽고, 비용도 적게 들고, 결과도 좋습니다.
치료를 받았는데도 낫지 않는 이유
저는 치료 열심히 받았는데도 안 나았어요.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몇 달씩 병원에 다니면서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고, 충격파도 받았는데 여전히 아프다고.
왜 그럴까요?
치료를 받았는데도 낫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진단이 틀렸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진단이 틀리면, 아무리 좋은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습니다. 엉뚱한 곳에 물을 붓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불이 난 곳은 부엌인데, 거실에 물을 아무리 뿌려봤자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 ✓실제로는 회전근개 파열인데, 오십견으로 진단하고 스트레칭만 시킨 경우
- ✓실제로는 석회성건염인데, 단순 건염으로 진단하고 소염제만 처방한 경우
- ✓실제로는 경추(목) 문제로 인한 연관통인데, 어깨만 치료한 경우
정확한 진단 없이는 정확한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2. 진단은 맞았지만, 치료법이 부적절했다
진단은 정확했는데, 그에 맞는 치료가 적용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앞 장들에서 설명드렸듯이:
- ✓1.6cm 석회에 방사형 충격파만 계속 쏜 경우 (석회분쇄흡입술이 필요했음)
- ✓부분파열에 단순 PDRN 주사만 반복한 경우 (인대재생주사나 축소봉합술이 필요했음)
- ✓오십견에 주사만 맞고 스트레칭을 안 한 경우 (관절수액팽창술 + 적극적 스트레칭이 필요했음)
병명은 맞게 진단했더라도, 그 병의 정확한 상태(크기, 위치, 진행 정도)에 맞는 치료를 선택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3. 치료법은 맞았지만, 시술자의 숙련도가 부족했다
같은 시술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초음파 유도 하 주사치료의 경우:
- ✓숙련된 의사는 초음파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며 바늘을 손상 부위에 정확히 위치시킵니다.
- ✓숙련되지 않은 의사는 대략적인 위치에 주사하여, 약물이 정확한 타겟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석회분쇄흡입술, 축소봉합술 같은 고난도 시술은 더더욱 시술자의 경험과 숙련도가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의료쇼핑의 현실
치료가 안 되니까 다른 병원을 찾게 됩니다. 그 병원에서도 안 되면 또 다른 병원으로. 이것을 '의료쇼핑'이라고 합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놀랍습니다.
202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 ✓연간 외래진료 101회 이상 받은 환자: 54만 2,638명
- ✓연간 외래진료 150회 이상 받은 환자: 10만 명 이상
- ✓연간 외래진료 365회 이상 (매일 병원 방문): 최근 5년간 1만 2천 명
- ✓가장 많이 병원을 방문한 환자: 연간 2,535회 (하루 평균 7곳)
물론 이 통계가 모두 어깨 환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는 것.
언제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나?
그렇다면 언제 "이 병원에서는 안 되겠다"라고 판단해야 할까요?
기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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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2~3번, 두세 달 꾸준히 치료를 받고, 의사의 지시사항을 나름 잘 지켰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 다른 병원에서 진단부터 다시 받아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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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월이면 대부분의 어깨 질환에서 어느 정도 호전이 나타나야 합니다. 완치가 아니더라도, 통증이 줄거나, 가동범위가 늘거나, 일상생활이 편해지는 등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2~3개월 치료 후에도:
- ✓통증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심해졌다
- ✓기능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 ✓"좀 더 치료해보자"는 말만 반복된다
이런 경우라면, 다른 어깨 전문의를 찾아 진단부터 다시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진단이 맞아야 치료가 됩니다
한 가지 더 강조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치료를 과하게 해도 치료는 됩니다. 하지만 진단이 틀리면 치료가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회전근개 부분파열 환자에게 인대재생주사를 3회가 아니라 6회 맞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조금 과한 치료일 수는 있지만, 방향은 맞기 때문에 효과는 있습니다.
그러나 회전근개 파열인데 오십견 치료를 받으면,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낫지 않습니다. 진단이 틀렸기 때문입니다.
진단이 치료의 출발점입니다.
적극적으로 치료하십시오
이 장에서 전달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쉬면 낫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어깨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그냥 넘기지 마시고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으십시오.
이미 치료를 받고 계신데 2~3개월이 지나도 호전이 없다면, 다른 병원에서 진단부터 다시 받아보십시오.
불씨일 때 끄십시오.
작은 불씨일 때는 물 한 컵으로 끌 수 있습니다. 간단한 주사치료, 재활운동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비용도 적게 들고, 시간도 적게 걸리고, 결과도 좋습니다.
그러나 "쉬면 낫겠지", "좀 더 두고 보자"라며 방치하면, 불씨는 커집니다. 부분파열이 전층파열이 되고, 소형 파열이 대형 파열이 되고, 힘줄이 퇴축되고, 근육이 지방으로 변합니다.
그때 가서 후회해도 늦습니다. 수술을 해도 100% 회복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조기 진단, 조기 치료.
이것이 어깨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치료 종결이라는 목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은 치료의 목표는 '치료 종결'입니다.
계속 병원에 다니면서 "유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제거하고, 손상을 회복시켜서, 더 이상 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
평생 관리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은, 어떤 경우에는 맞는 말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퇴행성 변화가 심한 고령의 환자분이나, 만성화된 질환의 경우에는 완치보다 관리가 현실적인 목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많은 경우에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료를 종결할 수 있습니다.
불씨일 때 끄면, 불은 꺼집니다. 더 이상 물을 뿌릴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 장의 핵심
쉬면 낫겠지"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어깨 질환은:
- ✓쉬어도 낫지 않습니다
- ✓방치하면 점점 진행됩니다
- ✓불씨 → 작은 불 → 대형 화재
치료해도 안 낫는 이유:
1. 진단이 틀렸다
2. 치료법이 부적절했다
3. 시술자 숙련도 부족
2~3개월 치료 후에도 호전이 없다면?
→ 다른 병원에서 진단부터 다시 받으세요.
불씨일 때 끄십시오. 조기 진단, 조기 치료.
참고자료
1. 202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박희승 의원실): 연간 외래진료 101회 이상 환자 54만 2,638명
2. 메디칼타임즈 (2024): "심각해지는 의료쇼핑…연간 150회 병원 방문자 10만 명 넘어"
3. 한국경제 (2024): "하루에 병원 6.9번 갔다…자부담률 높여도 의료 쇼핑 지속"
4. Kwon J, et al. Symptomatic Rotator Cuff Tear Progression: Conservatively Treated Full- and Partial-Thickness Tears Continue to Progress. Arthrosc Sports Med Rehabil. 2022. (부분파열 29% → 전층파열 진행)
5. Moosmayer S, et al. Tear progression of symptomatic full-thickness and partial-thickness rotator cuff tears. Knee Surg Sports Traumatol Arthrosc. 2017. (전층파열 82.4% 크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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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석사 · 정형외과 전문의 · IBSE 인증 · 특허 4건
수술 전문의 출신 비수술 전문의. 어깨 수술의 한계를 직접 경험하고, 비수술 치료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 플래티넘의원을 설립했습니다.